우리 함께 동학(東學) 하십시다!
앞서 언급한 공자의 천인합일(天人合一), 고려 목은 이색의 천인무간(天人無間), 조선 퇴계 이황의 천아무간(天我無間)에 대한 설명은 앞으로 진행하면서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면서 궁금하실것이다. 동학을 공부하자는데 무슨 도(道)에 대한 설명이 이렇게 길게 나가는것인가? 왜? 내가 아는 동학의 전봉준은 나오지 않는가? 궁금하실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것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근본적인 고민, 이른바 사상(思想), 주의(主義), 이념(理念), 이데올로기(Ideology)에서 출발한다. 1894년 동학혁명군에게는 어떤 사상과 배경이 있었는가? 바로 이 사상과 배경에 대해 오지영 선생께서 '동학사'의 서두에 문답 형식으로 풀어 설명 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나오는 문답의 내용은 오지영 선생의 의견이 아니다. 수운 선생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근거로 하나씩 설명해가고 있다.
오늘 내용은 동학=천도교의 핵심사상이라 할 수 있는 21자 주문(呪文)에 대한 설명이다. 이 주문을 외우면 일반인도 지극한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6 도의 문답 (2)
<원문>
[問(문)〕 呪文(주문) 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의 뜻은 무엇이뇨.
[答(답)〕 至氣(지기)라 함은 天地間(천지간) 至極(지극)한 氣(기)를 두고 이름이니 그 氣(기)는 至虛至靈(지허지령)하고 無事不涉(무사불섭)하며, 無事不命(무사불명)하여 사람도 그 氣(기)로써 生(생)하고 萬物(만물)도 그 氣(기)로써 生(생)하나形容(형용)코자 하여도 形容(형용) 할 수 없고, 듣고자 하여도 들을 수 없고 보고자 하여도 볼 수 없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曰(왈) 渾然一氣(혼연일기)라고 하는 것이며, 今至(금지)라 함은 이 道(도)에 드는 者(자)는 반드시 至氣(지기)로써 나고 至氣(지기)로써 사는 것임을 알라 함이오. 願爲大降(원위대강)이라 함은 내게 있는 그 氣(기)와 宇宙(우주) 사이에 있는 그 氣(기)가 서로 하여 크게 化(화)함을 願(원)하는 뜻이며, 侍天主(시천주)라 함은 사람은 다 안으로 그 靈(령)이 있어 살고, 밖으로 그 氣가있어 사는 것이라, 그것을 한울님으로 알라는 말이며, 造化(조화)라 함은 無爲而化(무위이화)라 함이니 그 氣(기)는 能(능)히 사람이 하고 生(생)하고 能(능)히 사람이 사는데 있어 能(능)히 化(화)하는 者(자)나, 그 되어도 되는 바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니 無爲而化(무위이화), 그것을 일러 曰(왈) 한울님이라고, 造化(조화)라고 하는 바이며, 定(정)이라 함은 無爲而化(무위이화)로써 된 靈(령)과, 無爲而化(무위이화)로써 된 氣(기)를 잘 가져 그 德(덕)에 合(합)하고 그 마음을 定(정)한다 함이니, 이는 道(도) 닦는 者(자)로 하여금 저 한울을 믿지 말고 내게 있는 한울을 믿으라는 말이며,永世(영세)라 함은 우리의 一平生(일평생)을 두고 이름이오, 不忘(불망)이라 함은 우리가 無爲而化(무위이화)하는 그 氣(기)로써 살고 그 靈(령)으로써 살아감을 一平生(일평생)을 두고 잊지말라는 뜻이니, 사람이 만일 暫間(잠간)동안이라도 그 理致(이치)를 잊어버리고 보면 能(능)히 잘 살아 갈 수가 없는 것임으로써 어느때나 잊지 말라는 뜻이며, 萬事(만사)라 함은 사람은 그 至氣(지기)속에서 無爲而化(무위이화)로 나오는 일이 있어 萬(만)가지로 많다는 뜻이며, 知(지)라 함은 사람이 다 그 道(도)로써 되었나니 그 道(도)를 알아야 그 知(지)가 나오는 것이며, 그 일을 知(지) 하여야 사람이 산다고 하는 것이다.
<현대어>
[문] ‘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의 뜻은 무엇입니까?
선생님께서 대답하셨다.
[답] ‘지기(至氣)’란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지극한 기운을 뜻한다. 이 기운은 형체가 없고(至虛至靈), 모든 것에 스며들며/개입하지 않으며(無事不涉), 모든 것을 명령한다(無事不命). 인간도 이 기운으로 태어나고, 만물도 이 기운으로 태어나지만, 그 형체를 규정할 수도 없고, 듣거나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이를 '혼연일기(渾然一氣)', 즉 온 우주가 하나의 기운으로 가득 찬 상태라고 한다.
‘금지(今至)'는 "이 도에 들어온 사람은 반드시 지극한 기운(至氣)으로 태어나고, 지극한 기운으로 살아감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다.
‘원위대강(願爲大降)’은 "내 안의 기운과 우주의 기운이 서로 어우러져 크게 변화하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시천주(侍天主)’는 "모든 사람은 내면에 영(靈)을 지니고 있으며, 외적으로는 기운으로 살아간다. 이를 곧 하늘님으로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화(造化)’란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無爲而化)"을 의미한다. 이 기운은 인간을 살게 하고 변화시키지만,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무위이화(無爲而化)'라고 부르며, 이를 하늘님(造化)이라고도 한다.
‘정(定)’이란 "이 기운과 영(靈)을 조화롭게 유지하며 덕을 실천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이는 "밖의 하늘을 믿지 말고, 내 안에 있는 하늘을 믿으라"는 의미이다.
‘영세(永世)’란 "우리의 평생"을 뜻하며, ‘불망(不忘)’이란 "우리는 기운과 영(靈) 속에서 살아가므로 이를 평생 잊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사람이 만약 이 원리를 잠시라도 잊는다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만사(萬事)’란 "사람은 이 지기(至氣) 속에서 조화롭게 태어나며, 삶의 일들이 무수히 많다"는 의미이다.
‘지(知)’란 "사람은 도(道)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도를 알아야 참된 앎이 생기며, 도를 알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해설>
이 단락은 모두가 중요하지만 다른것 보다 앞 단락과 연결되는 [ 侍天主(시천주) ] 하늘님을 내 안에 모신다. 사람이 하늘이다. 가 핵심이라고 설명드리고 싶다. 앞서 설명드렸듯 유교와 불교, 기독교에서는 신과 인간을 분리된 존재로 인식했지만 동학에서는 하늘이 인간 안에 존재하며,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즉, 사람이 곧 하늘이며, 신을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으라는 의미이다. 절대적 존재(유교), 초월적 존재(기독교), 무아(無我)의 경지(불교)가 아니라 신이 내안에 있다는 것으로 수운 선생께서 기존의 종교적 권위를 부정하고 인간의 사람의 주체성을 강조한 혁명적인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설명하자면 a) 모든 인간은 신성한 존재이다. b) 신성한 존재이므로 존엄하다. (인간 존엄성) c) 신분의 차별 없이 평등하다. (평등사상) d)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이며 누구도 타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자유와 권리) e)모든 인간은 하늘을 모신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연대와 공동체) f) 세상을 새롭게 개벽하여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사회변혁)가 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의 내용이다. 세계인권선언문은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되었다. 그러나 우리 수운 선생님은 이 보다 앞선 약100여년전 '사람이 하늘이다"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자유를 강조하셨다. 그리고 실천을 요구하셨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개념은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앞 단락에서 "도는 같지만, 그 이치는 다르다." 는 말씀이 있다.
이번 단락의 [ 侍天主(시천주) ] 는 현재의 나에게도 뜨겁게 다가온다. 그리고 1800년 후반 어지러웠던 조선 땅에 살던 수 많은 힘 없는 이들에게 동학, 수운 선생의 '사람이 하늘이다'는 이 선언이 얼마나 그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을지 상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여기서 확실히 해둘것은 수운 선생 당시에는 侍天主(시천주)를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바로 번역할 수는 없다. 수운 선생의 侍天主(시천주)는 이후 해월 최시형 선생을 통해 사인여천 (事人如天)으로 의암 손병희 선생의 인내천(人乃天)으로 계승, 발전되며 '사람이 하늘이다'가 완성이 된다. 그럼에도 나는 侍天主(시천주)를 '사람이 하늘이다.'로 해설하는것은 동학의 사상적 배경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함을 이해 바란다. (계속)
1894년으로부터 131년 3월 6일 敬天 心告
https://youtu.be/G5UQJP563ik?t=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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